코로나로 급성장한 미국 식료품 주문배달 서비스 업체
인스타카트(Instacart)는 식료품 주문 배달업계의 우버(Uber)라 불린다. 그리고 고퍼프(Gopuff)는 온라인 편의점이라는 별칭이 있다. 이들은 식료품 주문배달 서비스 카테고리에서 지난 코로나 펜데믹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버즈를 만들어 낸 업체다. 재택 내 격리되어 있던 많은 미국의 소비자들이 생활을 위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났고, 덕분에 이들은 VC들로부터 수월하게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지켜봤던 것은 이들이 다음 사업 확장 방식을 어떻게 그려나갈 수 있을 지였다. 일단 인스타카트 같은 경우, 대신 쇼핑을 해주는 개념으로 서비스를 전개하는 데 당연히 소비자가 직접 장을 보는 경우보다 가격 경쟁력이 없다. 고퍼프도 마찬가지다. 기존 오프라인 편의점하고 동일한 원가와 마진을 설정하더라도 배달 인건비가 따로 붙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코로나 종식 후에는 자연스럽게 지금보다 실수요자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마진을 높이는 구조가 절실한데, 최근 두 기업의 움직임을 통해 그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광고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인스타카트와 고퍼프
두 기업은 지금 광고 사업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스타카트는 창업자가 전에 광고 관련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으며, 인스타카트 사업 초기부터 광고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인스타카트는 지난 2020년 상반기에 셀프 검색 서비스를 테스트 형태로 공개했다. 인스타카트의 웹사이트나 앱에서 소비자가 상품 키워드를 검색할 때, 관련 광고주의 상품을 눈에 더 잘 띄게 배치하는 식이다. '셀프'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광고는 광고주가 입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퍼프도 지난 6월에 광고 사업을 시작했다. 리테일 부문에 특화된 애드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디지털 광고 기업 시트러스애드(CitrusAd)와 제휴하여, 광고주의 상품을 고퍼프 앱 내 검색 페이지 첫 화면에 노출시키거나, 관련 키워드 입력 시 최상단에 배치하는 식이다. 인스타카트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광고는 가장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광고주는 언제나 새로운 매체를 통해 새로운 잠재 고객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소개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니즈(needs)가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카트와 고퍼프는 코로나를 거치며 아주 많은 인터넷 이용자의 트래픽을 얻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광고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인스타카트와 고퍼프가 전개하는 광고 비즈니스를 일컫어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라 부른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는 당연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이 미국 내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아성을 깨고 광고 매출을 점차 올려왔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스타카트와 고퍼프 역시 아마존의 플레이북을 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들의 취급하는 상품, 즉 식료품 분야의 디지털 광고가 다른 소비재에 비해 그 수준과 시장 파이가 뒤쳐져 있었다는 것이다.
식료품 분야 디지털 광고에는 많은 기회 있어
현재 디지털 광고의 가장 큰 흐름은 바로 퍼포먼스 광고다. 퍼포먼스 광고란, 광고의 노출이 브랜드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데 목표를 둔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광고를 보고, 해당 광고의 상품을 바로 구매하는 게 퍼포먼스 광고의 지상최대 목표다. 그런데 식료품은 이러한 퍼포먼스 광고에서 다소 음영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의류나 가전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을 지,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을 지 생각해 보면된다.
그런데 인스타카트와 고퍼프 같은 업체들로 인해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식료품에도 퍼포먼스 광고 적용이 점점 더 수월해지고 있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인스타카트와 고퍼프는 기존 구글이나 페이스북 중심의 디지털 광고 생태계에 무관심했던 식료품 광고주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아마존이나 월마트(Walmart)도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판매하고, 관련 광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종합 유통 플랫폼이다. 이들의 플랫폼에서 사람들은 식료품만을 사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더 많이 구입한다. 하지만 인스타카트와 고퍼프는 거의 대부분의 고객이 식료품 구매자들이다. 이들이 식료품 브랜드를 보유한 광고주에게 아마존이나 월마트보다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시사점
디지털 광고업계 종사자로서, 그리고 이 분야 트렌드에 항상 주시하는 사람으로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리테일 미디어가 부각되진 않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네이버, 쿠팡, 이베이(이제는 신세계)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리테일과 관련된 광고 사업을 운영해왔다.
여기에 인스타카트에 대입해 볼 수 있는 마켓컬리, 오늘의집 같은 특정 카테고리 제품에 특화된 유통 플랫폼에서도 필연적으로 광고 비즈니스를 준비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그 파장은 아마 미국만큼 크지 않을 것이리 보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 식료품 브랜드들이 이미 D2C 사업을 너무나도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료품 비즈니스를 D2C 중심으로 하게 되면 사실 식료품 주문배달 서비스에서의 광고보다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 유튜브 같은 일반적인 광고 매체를 통해 자사몰을 랜딩 페이지로 잡는 게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 리테일 미디어를 노리는-특히 아마존의 플레이북을 교과서 삼아 성장해 온 기업들- 유통 플랫폼은 여전히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특화된 인력에 대한 수요가 향후 몇 년 내 증가할 것이라 예상해 본다.
최근 작성한 글
2021.07.11 - [Trend Note/Tech] - 맥킨지가 내다본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
2021.07.11 - [Trend Note/Tech] -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이 앞으로 노리는 것?
2021.07.11 - [Trend Note/Game Biz.] - 게임 명가 EA, 모바일 게임 스튜디오 플레이데믹 인수
2021.07.11 - [Trend Note/Commerce] - 쇼피파이(Shopify), 미디어 사업자 버즈피드와 제휴하다?
2021.07.11 - [Trend Note/Commerce] - 미국 식료품 주문배달 서비스로 보는 "리테일 미디어" 트렌드
2021.07.06 - [Trend Note/Commerce] - 패스트패션의 최극단...실시간 리테일 추구하는 중국 쉬인(SHEIN)
2021.07.06 - [Trend Note/Tech] - 웨이모(Waymo), 조용한 듯 조용하지 않은...
2021.07.06 - [Trend Note/Tech] - 바이트댄스(Bytedance), 인공지능 기술을 팔기 시작했다?
2021.07.06 - [Trend Note/Media] - 구독경제 이끄는 다크호스 "서브스택(Substack)", 만화로 사업 확장 중
'Trend Note > Commer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피파이(Shopify), 미디어 사업자 버즈피드와 제휴하다? (1) | 2021.07.11 |
---|---|
패스트패션의 최극단...실시간 리테일 추구하는 중국 쉬인(SHEIN) (0) | 2021.07.06 |
아마존, 10개국에 의약품 배달 관련 상표 출원 중 (0) | 2020.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