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내에도 쉬인(SHEIN)에 관한 아티클이 자주 보인다. 그저 저가의 여성복을 판매하는 중국발 브랜드인줄만 알았는데, 살펴보니 꽤나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얼마전 무려 아마존을 제치고 쇼핑 부문 다운로드 건수 1위 앱이 되었다니, 여러모로 앞으로 자주 들여다볼 기업인 듯 하다. (기업가치 기준으로 2021년 세계 15~16위쯤 되는 스타트업이니 더욱 그렇다)
쉬인은 2008년 중국 생산 웨딩드레스를 북미로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로 시작한 듯 하다. 당시 이름은 쉬인사이드(Sheinside)였다고 한다. 쉬인에 대해 찾아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바로 CEO였는데, 이 회사의 CEO는 공개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는 정반대 성향인 듯하다) 또 한때 무역 컨설팅 회사에서 SEO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라 알려져 있다. 그래서 쉬인의 창업 초기에도 온라인 커머스와 SEO 컨설팅 업무를 병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쉬인은 사세가 커지면서 웨딩드레스 외에 여성복 전반으로 품목을 늘려나갔는데, 특히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셜 마케팅을 중심으로 해외에 여성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SEO에 정통했던 CEO가 (중국기업 치고) 일찌감치 소셜 마케팅의 잠재력을 파악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쉬인은 자신들의 SKU(완제품)을 만들어 주는 공장들에게 타 업체 대비 빠른 정산 주기로 계약하는 대신, 자사의 SCM 툴을 사용하도록 요구한 것 같다. 이렇게 중국의 의류 생산 공장과 수직적 계열화를 구축한 쉬인은 소셜 미디어와 구글 트렌드에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에 바탕하여 의류를 디자인한 후, SCM 툴로 바로 공장에 넘기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쉬인은 일평균 2,000여개의 SKU을 웹사이트로 업데이트하며, 제품 생산 주기는 빠르면 3일안에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패스트패션하면 떠오르는 자라(ZARA) 같은 브랜드도 제품 생산 주기가 최소 14일이라니, 쉬인이 얼마나 빠르게 제품을 생산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쉬인은 패스트패션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실시간 리테일(Real-time Retail)"이라는 용어를 업계에 만들어 냈다.
이러한 전략이 유행에 민감한 Z세대들에게 효과적으로 파고 든 모양인데, 흥미롭게도 Z세대는 환경보호와 같은 도덕적 가치에 민감한 편이라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라나 ASOS 등 브랜드가 Z세대에게는 효과적으로 소구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패스트패션은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자라와 ASOS보다 더 극단적으로 빠르게 패션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쉬인은 용납한다니, 이 부분은 추후 한 번 더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어쩌면 무신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무신사는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무신사는 태생이 편집샵이고, 쉬인같은 전략을 펼치게 되면, 자사를 그동안 키워준 파트너 브랜드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사실 무신사가 파트너 브랜드들의 시선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쉬인 같은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고 해도 쉽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쉬인처럼 중국 공장이라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쉬인의 경우에도 다른 브랜드 상품을 너무 심하게 카피한다는 비난이 존재한다. 이는 데이터 기반으로 디자인하는 쉬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한계일 터이다.
쉬인이 당분간 패션업계를 주름잡을 동안, 이를 모방하는 기업들도 분명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오랫동안 유지되긴 어렵다고 보는데, Z세대가 쉬인의 옷을 선호하는 이유는 유행도 유행이지만 얇은 지갑으로도 접근하기 쉬운 브랜드라는 생각이 강하다. 즉, Z세대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쉬인은 점차 Z세대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브랜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Z세대 이후의 새로운 세대를 공략하는 방법도 있지만, 패션만큼 세대 간 선호의 경계가 뚜렷한 비즈니스도 없다는 점에서 쉬인이 다른 세대에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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